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휴가철이 무색해진 9월, 우리는 가을, 겨울을 위한 의류 라인 런칭 준비를 시작했다.집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라운지 웨어이자 원마일 웨어로 가닥을 잡았고, 수영복과 마찬가지로 평소 입고 싶었던 옷,, 기존 라운지웨어의 불편했던 점을 정리해서 보완하는 방식으로 제작이 이루어졌다. 파자마의 정석인 귀여운 카라와 단추여밈으로 제작할까 했지만, 카라는 가끔 목에 베기기도하고, 단추 채우기도 피곤한 날이 있기 마련이다.'여름에 입던 티셔츠가 가을,겨울이 되면 잠옷이 된다' 라는 말에서 착안해서 상의는 심플하고 아주아주 박시한 티셔츠 디자인으로 결정했다. 반바지 역시, 처음에는 조거를 할까 고민하고 샘플까지도 봤었는데, 한겨울에도 실내에서는 반팔 반바지를 주로 입는 우리였기에과감하게 3부 반바지 기장으로 결정했다. 대신 사이드 주머니를 정말 깊게 넣어, 소지품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원단은 처음부터 타올지로 정했는데, 잘 세탁한 호텔 수건처럼 부드러우면서도,무겁지 않은 원단을 찾기위해 많은 발품을 팔았다. 사이즈 역시 많은 논쟁이 펼쳐졌는데다양한 체형을 존중하자는 우리가 프리사이즈를 하는건 어불성설이다, 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여서팬츠는 1,2 사이즈로 나누되, 탑은 정말정말 크게 만들어서 착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핏으로 연출 될 수 있도록 패턴을 여러번 수정했다. 헤이엄의 의류라인의 슬로건은 I don't work here 로 정했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 줌 수업이 많아지면서 집이라는 공간이 더이상 오롯한 휴식을 취하는 곳이 아니게 된 만큼,이 옷을 입고 있는 동안에는 일상을 떠나 편안하시라는 뜻을 담았다. 새로 라벨 텍을 디자인하였는데, 라벨의 4가지 도형은 헤이엄의 디자이너 네 명의 아이덴티티 이자,각기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의미하기도 한다. 벨루아 가공을 한 아이보리 컬러와타월테리의 장점과 기능을 그대로 살린 핑크, 옐로우 컬러로 팔레트를 잡았다.원단은 아동 의류에도 사용 된다는 국내 고급 타월지로 결정했고옷 자체가 큼직하기 때문에 원단 소요량이 컸으나, 최소마진을 잡고 봉제를 진행하였다. 단순하고 힘 뺀 것 같은 옷일수록 디테일에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을,의류제작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테리원단 자체가 깔끔하게 봉제하기 어려웠으나, 우리보다 훨씬 꼼꼼하신 봉제 사장님 덕에아주아주 깔끔한 마감처리를 할 수 있었다. 특히 바지의 허리 벤딩 부분은 잦은 세탁에도 뒤집어지거나 틀어짐 없도록 3단으로 봉제하여내구성을 높이고, 사이드로 깊은 주머니를 넣어 다양한 소지품을 넣어도밖으로 들뜨거나 부해지지 않도롯 핏을 여러번 잡았다. 컬러별 제품명을 짓는 과정에서, 핑크색 입으면 근데 너무 '햄'같지 않아? 라는 말에서 착안하여어차피 스팸같아보인다면, 정면 승부로 가자! 라는 의미로 아예 햄핑크라고 이름 지었다. 나머지 컬러들도 치즈와 마요(네즈) 로 결정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브런치 셋트라고 이름짓게 되었다. 처음에는 설기떡 같은 타월지의 질감과, 한국 고유의 이름을 소개하고자 하는 헤이엄의 취지에 맞춰 설기세트라고 지을까 하는 비하인드도 있었다. ㅎㅎ 언젠가 설기세트로 다시 한 번 귀여운 홈웨어를 런칭하는 날을 생각해본다.